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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엽 신부, 교황 방한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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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임신부 작성일14-03-11 18:47 조회15,06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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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엽 신부, 교황 방한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입력 2014.03.11 01:55 / 수정 2014.03.11 10:15

대한민국 위상 높일 25년 만의 축제
유쾌한 기행, 거룩한 일탈 기다려져

 
그간 갖은 기대와 추측이 난무하더니 마침내 프란치스코 교황의 8월 방한 일정이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4박5일 일정! 세계의 언론과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될 터이니 이는 가톨릭 교회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시복시성의 관점에서 보면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한 103위 성인 시성에 이은 30년 만의 경사이며, 교황 방한의 시점에서 보면 1989년 세계성체대회 때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에 이은 25년 만의 축제다.
 내 기억으로,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한 두 번의 방한은 교회 내적으로 한국천주교회의 질적·양적 성장에 큰 기폭제가 되는 한편, 한국의 정치 민주화에도 든든한 응원이 되었다. 우선, 1984년 5월 3일 김포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땅에 입을 맞추며 “순교자의 땅, 순교자의 땅”이라는 거룩한 찬사를 내뱉은 일화나, 방한사에서 “벗이 있어 먼 데서 찾아오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논어의 한 구절을 한국어로 말해 좌중을 깜짝 놀라게 한 일은 감동이었다. 또 5·18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은 광주를 방문하여 화해 미사를 집전하고 소외된 이들을 직접 만나겠다는 당신의 의지 아래 소록도를 방문하는 등 그의 일정은 그야말로 파격에 파격이었다. 그로부터 5년 뒤인 1989년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 때 2차 방한한 교황은 성체대회를 주재했다. 교황의 두 번에 걸친 방한은 한국의 민주화를 갈구하던 젊은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나 개인적으로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첫 번째 방문 이듬해인 1985년에 서울 가톨릭신학교에 입학하여 두 번째 방문 이듬해인 1990년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소정의 신학 교육을 마치게 되었으니 요한 바오로 2세의 키즈(Kids)인 셈이다.

 이토록 즐거운 추억의 연장선에서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에 거는 기대가 작을 리 만무하다. 더구나 지난 1년간 교황이 몰고온 신나는 돌풍을 생각할 때 그 기대감은 더욱 부풀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알다시피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선정 2013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The World’s Most Powerful People) 4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선정 2013년 ‘올해의 인물’, 페이스북에서 2013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로 선정되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유명 음악잡지 ‘롤링스톤’ 2월호 표지모델, 동성애자 권익옹호잡지의 표지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도대체 세계인이 그를 환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3년 10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서 엄청난 감명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문제에 관한 그분의 말씀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분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그대로 사는 분처럼 보입니다. 그분의 믿을 수 없는 겸손, 가난하고 천대받는 사람들과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하나가 되어 같이 아파하는 모습이 감동스럽습니다. 나는 그분이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밀쳐내기보다 끌어안고, 단죄하기보다 그들 안에 있는 선을 찾아내려 애쓰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경향잡지’ 2013년 12월호, 이병호 주교의 ‘성령 안에서 느끼는 기쁨’ 참조)

 오바마의 촌평 섞인 경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그간 행보에 대하여 세계인이 매긴 성적표의 탁월한 압축이 아닐까.
 이런 캐릭터를 지닌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일정은 한국 교회 안팎의 현안과 한반도의 숙원 과제에 철저하게 맞춰져 있다. 청년, 신앙의 증거,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 종교 간 대화, 그리고 통일된 평화의 한반도에 대한 교황의 우선적 관심이 반영된 빈틈없는 스케줄! 그 움직이는 무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어떤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할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각본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다만 지난 1년간 그가 보여준 유쾌한 기행, 거룩한 일탈이 결코 즉흥적 충동이 아니라 ‘아르헨티나’라는 나라의 정치경제적 부침의 역사현장에서 체득한 인류 미래를 위한 대안적 예지력의 발로라는 사실을 놓치지만 않는다면, 그의 방한이 진영이나 이념의 색깔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흥분되는 설렘이 될 것은 확실하지 않을까.

(인천 가톨릭대 교수· 미래사목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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