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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성모상에서 나주 성모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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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해욱프란치스코 작성일13-11-06 00:04 조회7,52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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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돋보기] 이상한 ‘성모상’에서 ‘나주 성모님’까지
 
김계홍 요한 크리소스토모(광주대교구 신부)
 
 
모세의 희망
 
모세는 주님의 약속을 믿고 희망하며 60만 명의 이스라엘 백성을 데리고 430년 만에 이집트를 탈출하는 자유와 희망의 역사적 행진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백성은 오랜 광야생활로 지쳐가면서 주님의 약속에 대한 의심과 불평이 커지더니 어중이떠중이들의 탐욕스런 선동으로 한계상황에 다다릅니다. 모세는 천막 어귀마다 앉아 우는 백성의 소리를 들으며 주님께 자신의 무능을 한탄합니다. 그러자 주님께서 70명의 원로들에게 영을 내려주시어 모세의 짐을 덜어주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성경은 그 과정에서 주님께서 공동체에 영을 내려주시겠다고 약속하신 만남의 천막에 가지 않았던 두 사람도 영을 받은 일화를 소개하는데, 모세는 여호수아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 차라리 주님의 온 백성이 예언자였으면 좋겠다. 주님께서 그들에게 당신의 영을 내려주셨으면 좋겠다”(민수 11,1-30 참조).
 
부활의 신비를 통해 참 인간이시며 참 주님이심을 드러내신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으신 그리스도”(마태 28,18)께서는 우리에게 ‘완전한 사람’(마태 5,48)이 되라고 일깨우십니다. 또한 하느님의 뜻은 우리가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1테살 4,3). 모름지기 세례성사를 통해 교회를 이룬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생활조건과 직무와 환경에 따라 모두 다 거룩함으로 부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성덕은 ‘위로부터 오는 힘’이신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맺어 주시는 은총의 열매로 끊임없이 드러나며 또 드러나야 합니다(교회헌장, 39-42항 참조). 그러므로 모세의 희망은 자신의 무거운 짐을 나누려는 일시적인 방편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인 모두의 희망이며 죄인들의 공동체이면서 성령 안에서 정화와 성화의 길을 걷고 있는 거룩한 교회의 희망이요 현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위로부터 오는 힘’ 안에서 성화의 길을 걷는 교회는 순종과 믿음과 불타는 사랑으로 하느님의 구원사업에 탁월하게 협력하신 천주의 모친 복되신 동정 마리아를 가장 훌륭한 전형과 모범으로서 존경하며, 자녀다운 효성으로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로 받듭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48-49) 하신 마리아의 예언 같은 말씀대로 교회의 마리아 공경은 ‘존경과 사랑과 기도와 모방’으로 발전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드리는 흠숭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다만 흠숭을 최대한 도와주는 것입니다(교회헌장, 8장 참조).
 
 
이상한 ‘성모상’과 ‘성체’ 이변
 
1985년 전남 나주에서 ‘윤홍선 율리아’ 자매(1981년 영세)가 모시고 있던 성모상에서 눈물이 흐르며, 자매가 환시 속에서 말씀을 듣는다는 이야기가 주변 신자들을 통해 퍼지더니, 1986년에는 피눈물이 흐른다는 소문으로 번집니다. 본당신부는 사실 확인을 위해 성모상을 석 달 정도 본당 사제관으로 옮겨 관찰하였으나 이상이 없어 1987년 성모상을 자매에게 돌려줍니다.
 
이후 자매와 주변 동조자들은 자매의 일기와 주장을 ‘성모님 메시지’라 부르고, 성모상을 모시려고 집을 매입하여 ‘(성모)경당’이라 부르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또한 경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허락과 이상 현상에 대한 이적 승인을 교구장에게 요청합니다. 1990년에는 성모님의 지시라며 ‘마리아의 구원방주회’를 만들었고, 자매는 1991년 본당에서 모신 성체가 살과 피로 변했다는 주장과 함께 1992년에 접어들자 성모상에서는 더 이상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광주대교구장은 1992년 5월 진위여부를 가릴 조사위원들을 선정합니다. 이즈음 자매는 주변 동조자들과 함께 해외로 나가 자신의 주장과 체험을 전파하며 동조자들을 끌어 모으기 시작하였고, 몇몇 방문지에서 성체 이변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유사한 주장도 이어졌는데, 성모상과 성체가 나란히 사진에 찍혔으며, 1994년에는 몇몇 성직자들이 경당을 찾았을 때 성체가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주장합니다. 상황이 여기에까지 이르자 교구장은 1994년 12월 ‘(약칭)나주 조사위원회’를 공문으로 공지하여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합니다.
 
 
‘조사위원회’와 교구장 ‘공지문’
 
‘조사위원회’는 1995년부터 1996년 초까지 조사활동을 합니다. 자매는 이 기간 중에도 성체 이변을 주장하는데, 1995년 10월 교황청 방문 미사에서 성체 이변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광주대교구장은 1996년 2월 ‘조사위원회’의 활동내용을 교황청 신앙교리성에 서신으로 전달하고, 3월에는 신앙교리성 장관(현 교황 베네딕토 16세)과 만납니다. 교구장은 이 만남에서 “이 일에 대한 판단은 교구장의 권한이고 권리이며, 다만 현명한 판단을 위해 교구장 공지 전 신앙교리성에 내용을 알려주면 그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확인합니다. 교구장은 1997년 6월 ‘조사위원회’의 종합의견서를 신앙교리성에 전달하고, 1998년 1월 1일에 1차 ‘공지문’을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공지문 발표 이후 자매와 주변 동조자들은 자신들의 주장과 1995년경부터 조성한 ‘성모동산’에서 일어나는 이상 현상들을 더욱 거세게 선전합니다. 결국 교구장은 2001년 5월 두 번째 공지문을 발표하여 1차 공지문을 재확인합니다. 그리고 2003년 자매를 직접 만나 경당과 성모동산을 조사하고, 동산 조성과 운영에 관련된 회계자료를 제출하라고 지시합니다. 그 사이에도 자매의 몸과 성모동산에서 이상 현상들은 점점 확대됩니다. 교구장은 2005년 자매에게서 질의서를 받고 지시를 따를 뜻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여 그해 5월 세 번째 공지문을 발표, 교도권에 대한 순명을 강조합니다.
 
 
교도권에 대한 반발과 교구장 ‘교령’ 선언
 
자매와 주변 동조자들은 2005년 ‘성모상 눈물 20주년 기념행사’를 치르면서 15년 동안 중지되었던 성모상의 피눈물이 재발되고, ‘태양의 기적’과 향유가 젖으로 변하는 현상이 일어났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2006년에는 성모동산에서 ‘기적수’가 흐른다고 하면서 ‘율신액’에 대한 주장이 흘러나옵니다. 또 몇몇 성직자들의 호기심과 관대함을 자신들의 주장에 인용하고 과장하여, 홍보매체를 통해 교구장의 교도권에 조직적으로 반발합니다.
 
한 텔레비전 방송사는 2007년 11월 ‘성모동산’의 허황한 실태를 고발하는 시사 프로그램을 방영합니다. 이로써 교회 안팎의 많은 이들이 성모동산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나주 성모님’의 허상을 알게 되었고, 교구는 이와 관련하여 ‘입장’을 발표하여 자매의 주변 동조자들에게 올바르고 균형 잡힌 신앙생활을 촉구합니다.
 
교구장은 2008년 1월 자매와 주변 동조자들이 교회공동체와 일치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하여 마침내 ‘경당’과 ‘성모동산’에서 의식을 주관하거나 참여하는 모든 신자들에게는 자동처벌의 파문제재를 선언하는 ‘교령’을 발표합니다. 자매의 주변 동조자들은 ‘교령’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며, 신앙교리성이 자신들의 주장을 재조사하고 있다고 선전합니다. 교구는 이러한 선전이 신자들에게 헛된 기대를 부추기고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2009년 2월 두 번째 ‘입장’을 발표하였습니다.
 
 
식별을 위한 도움말
 
가) 성모상 이상이 목격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초자연적 현상이라 단정할 수 없습니다.
 
나) ‘성모님 메시지’로 주장하는 내용들은 ‘위로부터 오는 말씀’을 겸허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신앙인이면 누구든지 가질 수 있는 ‘위로부터 오는 힘’에 대한 갈망이 자매에게 ‘주관적 환시’로 체험된 것으로, 사적 계시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주장하는 내용들이 자매와 주변 동조자들의 의지가 반영된 인위적인 요소들로 되어있고, 공적 계시와도 모순되는 내용이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다) 자매의 몸에 일어나는 현상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신비 특히 대속의미(우리 죄를 대신하여…)에 대한 그릇된 이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신자들에게 전시 효과를 노려 자신을 드높이고, 주장의 신빙성과 영적 권위를 갖고자 하는 의도가 보입니다.
 
라) 성체 이변은 ‘성사 중의 성사’인 성체성사에 대한 왜곡이며, ‘성체성사로 사는’ 교회 공동체에 대한 도전으로 직무 사제직의 고유한 의미를 축소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하느님께서 정하신 때’에 신비스럽게 드러나는 기적과 이적과 표징들을 ‘자신들이 필요한 때’ 일어나는 이변으로 변질시켜 성사를 마술행위처럼 비춰지게 합니다.
 
마) 이상한 성모상에서 ‘나주 성모님’으로, 이상한 성모상 보관소는 ‘경당’으로, 동조자들의 집회와 선전을 위해 조성한 산야는 성모동산으로 ‘성지’가 되었으며, 자매는 성체 이변과 몸에 일어난 현상들을 통해 영적인 힘과 권위를 지닌 ‘특별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자매와 주변 동조자들이 어떤 목표의식과 신앙감각을 갖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표지입니다.
 
 
‘믿음의 순종’과 ‘질서의 존중’
 
우리는 계시하시는 하느님께 ‘믿음의 순종’(로마 1,5; 2코린 10,5-6)을 드러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이 되신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과 출현, 말씀과 업적, 표징과 기적 특별히 당신의 돌아가심과 죽은 이들 가운데서 영광스럽게 부활하심, 마침내는 진리의 성령을 보내심으로써 계시를 완수하시고 확고하게 하셨습니다. 따라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영광스럽게 나타나시기 전에는 어떠한 새로운 공적 계시도 바라지 말아야 합니다(계시헌장, 4-5항 참조).
 
그러나 “하느님의 영에 힘입어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예수는 저주를 받아라.’ 할 수 없고, 성령에 힘입지 않고서는 아무도 ‘예수님은 주님이시다.’ 할 수”(1코린 12,3) 없으므로, 그리스도인 각자에게 주어지는 성령의 은사(사적 계시)를 바라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믿음의 순종 역시 하느님 도움의 은총이 선행되어야 하며, 성령의 내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다행스럽게 바오로 사도는 초대교회 안에서도 생겼던 이러한 문제들과 관련하여 우리에게 적절한 가르침과 확실한 지침을 주십니다(1코린 12-14장 참조). 은사는 여러 가지지만 성령은 같은 성령이시며, 직분과 활동은 여러 가지지만 같은 주님께서 일으키시므로 이는 개인의 유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동선을 위해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각자에게 따로따로 나누어 주신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교회는 많은 지체로 이루어진 ‘그리스도의 몸’이기에 분열이 생기지 않고 지체들이 서로 똑같이 돌보게 하시려고 하느님께서 교회 안에 세우신 질서를 존중하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열심히 구해야 할 더 큰 은사는 ‘사랑’임을 강조합니다.
 
 
무질서의 하느님이 아니라 평화의 하느님
 
윤 율리아 자매와 주변 동조자들이 주장하는 자칭 ‘나주 성모님’ 문제는 공동선을 위해 ‘위로부터 오는 힘’이신 성령께서 은사를 내려주시는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심성을 절제하지 못한 그리스도의 한 지체가 부분적인 것에 매여 아이처럼(1코린 13,9-12 참조) 교회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은사의 품위와 질서를 파괴하며 교회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란한 징과 소란한 꽹과리”(1코린 13,1)에 지나지 않을 뿐입니다.
 
자매와 주변 동조자들은 교회의 교도직이 성경과 성전과 함께 고유한 방식대로 성령의 활동 아래 영혼의 구원에 효율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계시헌장, 10항 참조)고 믿는다면, 교도권에 겸허하게 순명하며 교회 안에서 잠자코 있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은 무질서의 하느님이 아니라 평화의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1코린 14,33-34).
 
김계홍 요한 크리소스토모 - 광주대교구 신부. 1988년 사제가 되어 15년 동안 본당사목을 하였고, 교구 선교사목국장, 70주년준비위원회 사무국장 등을 역임하였고, 현재 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다.
 
[경향잡지, 200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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