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다해 연중 제21주일(08.21)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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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2-08-21 15:44 조회4,316회본문
* 연중 제 21주일 다해
“좁은 문 통과하기”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주님, 사랑합니다. 따르렵니다. 주님 뜻대로 하십시오.” 우리는 신앙인으로 살아가며 ‘주님’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주님은 말 그대로 ‘주인(主人)님’인데 우리는 ‘주님, 주님’ 하면서 사실은 주님 뜻대로 살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내 뜻대로, 때로는 주님의 이름을 이용하여 자신을 합리화하기도 하고, 결국은 주님을 나 자신을 위한 존재로 만들어 버립니다. 취미생활처럼 주님을 찾고, 어려울 땐 매달리다가 되지 않으면 원망하고, 즐거울 땐 주님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감사할 줄 모릅니다.
신앙생활이란 우리의 참 주인님을 찾아 만나, 그분의 뜻을 알고, 그분의 뜻을 실천하면서 행복을 누리는 것입니다. 우리의 참 주인님은 하느님 아버지이시며, 그분이 원하시는 것을 당신 아들 예수님이 가르쳐주셨습니다. 그것은 제 몸처럼 이웃을 사랑하고, 때로는 이웃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 길을 ‘십자가를 지고 가는 길, 좁은 문으로 들어가듯 힘든 길’이라고 말씀하셨고 당신이 먼저 그 길을 가셨습니다.
좁은 문은 고개를 숙이고 낮추어야 들어갈 수 있고, 살을 빼고 가난해져야 들어갈 수 있으며, 홀로 지나가야 하는 고독한 문입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를 먼저 챙기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웃을 제 몸처럼 사랑하고, 이웃을 위해 죽을 수 있다는 것은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긴 사람만이 가능한 일입니다. 좁은 문의 경쟁률은 사실 1대 1밖에 되지 않지만, 편하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하고, 외롭기 싫어하는 자기자신을 이겨야 하는 고독한 싸움입니다.
여러분, 어려운 일이겠지만 좁은 문의 삶을 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이라고 예수님은 경고하십니다. 그리고 그 후회는 천당에 들어가지 못하는 벌을 받아서가 아니라, 주님이 지옥 벌을 주셔서가 아니라,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괴로운 후회 때문일 것입니다. 아깝게 허비해버린 허무한 인생, 사랑했어야 할 그 소중한 시간들, 건강과 청춘, 아름다운 만남들. 다시 돌아오지 않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한 뼈아픈 후회 말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뚱뚱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살을 빼고 좁은 문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살은 조금씩, 조금씩 빠지는 것입니다. 그것도 아차 하면 다시 찝니다. 인생의 마지막에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늘 매일 매일 작은 선행에 깨어있어야 합니다. 눈앞에 주어지는 사랑할 기회들을 자꾸 놓쳐서는 안 됩니다. 사랑해야 할 오늘을 잃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나중에, 단번에 큰 선행을 하리라는 생각은 아예 버려야 합니다.
인생이라는 그림은 한순간에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평생 동안 조금씩 그려가는 것이랍니다. 인생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아서 계속 페달을 밟아야 넘어지지 않고 전진한답니다. 다 늙은 사람이 급하다고 오토바이를 올라타는 것은 우습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합니다. 수명을 다한 나무가 쓰러질 때는 생전에 가지가 많이 뻗었던 쪽으로 쓰러지지 엉뚱한 쪽으로 쓰러지지 않는답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내 앞의 사람에게 손을 내밀고, 미소를 던지는 사람은 이미 좁은 문을 통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