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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가해 연중 제22주일(09.03)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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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3-09-03 15:30 조회1,078회

본문

* 연중 제 22주일 가해

 

 

"사람의 일, 하느님의 일

 

우리는 하느님께로부터 왔다가 하느님께로 돌아갈 것입니다. 하느님께로부터 온 우리는 하느님이 원하시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으로 내셨으니, 당신이 원하시는 우리의 삶도 사랑이어야 합니다. 그 사랑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먼저 그런 삶을 사셨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의 길을 가셨고, 우리에게도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라 하셨으니, 하느님이 원하시는 사랑의 삶은 십자가 길입니다. 한 번뿐인 우리의 삶이 고독하고 고달프기 그지없는 십자가 길이라니 서글픈 마음이 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그러나 그 십자가 길이 온통 고통은 아닐 것입니다. 예수님은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쉬실 수 있었고,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아내시곤 잔치를 벌이시는 분이셨습니다. 또 예수님은 가난한 과부의 헌금에도 감동하셨고, 감사하러 돌아온 나병환자 한 사람 때문에 기쁘셨고, 강아지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방인 부인의 믿음을 칭찬하셨고, 로마 백인 대장의 존경도 받으셨으며, 당신 마지막 길에 십자가를 함께 지어준 시몬에게도, 당신을 위로한 우측에 달린 사형수에게도 고마워하셨습니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하느님의 창조로 이 세상을 살게 된 우리는 '하느님의 일''사람의 일' 사이에서 하느님의 일을 선택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의 부르심을 따라 십자가의 길로 걸어가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사람의 일과 하느님의 일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겠습니까?

 

사람의 일이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일이라면, 하느님의 일은 모든 피조물을 생각할 줄 아는 넓은 마음으로 베풀고 손해 보는 것마저 즐거운 일입니다. 사람의 일은 현세적인 사고에 갇혀있지만, 하느님의 일은 시작과 끝이 영원에 열려있습니다. 사람의 일은 안전제일을 추구하며 쾌락과 편리를 위해 물질을 모으지만, 하느님의 일은 불편하고 위험하고 가난해도 자유를 추구합니다. 사람의 일은 이해받고 인정받기를 좋아하지만, 하느님의 일은 조용하게 잊혀진 조역으로 남기를 좋아합니다. 사람의 일은 물질로 일하지만, 하느님의 일은 마음으로 일합니다. 사람의 일은 행복 속의 고독이지만, 하느님의 일은 고독 속의 행복입니다.

 

사람의 일을 멈추고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이 인간의 본분이고 참 행복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설계된 피조물입니다.

 

교우 여러분, 하느님의 창조 설계는 인간이 하느님과 함께 있음이 그저 좋고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이 인간 사랑에 눈이 어두워지셨는지, 인간에게 지적인 능력과 자유의지까지 주셨습니다. 인간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의 창조사업을 돕는 데 쓰라고 주신 그 지혜와 자유의지로, 하느님처럼 되고 싶어하는 교만을 부렸습니다. 결국, 하느님이 주신 지혜는 하느님을 무시하는 오만으로, 하느님이 주신 자유의지는 하느님을 배반하고 떠나는 이별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이제는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하느님을 떠나게 했던 우리의 소중한 지혜와 자유의지로 하느님께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우리의 지혜로 예수님의 가르침을 다시 잘 알아듣고, 십자가 길의 비결(祕訣)을 더 깊이 깨우쳐야 합니다. 그리고 무상과 허무로 치닫는 사람의 길을 넘어서, 영원한 하느님께 돌아가는 십자가의 길을 우리의 자유의지로 선택할 때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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