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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가해 연중 제25주일(09.24)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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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3-09-24 15:29 조회1,062회

본문

* 연중 제 25주일 가해

 

 

열 손가락

 

오늘 복음은 우리가 잘 아는 '포도밭 주인과 품삯'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포도밭 주인으로 비유된 하느님의 마음은, 우리를 차별하지 않으시고 똑같은 사랑으로 돌보시는 마음입니다.

 

요즘도 그렇겠지만 이전에 '인력소개소'라는 곳이 있었고, 아침나절에는 늘 사람들이 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발을 동동 구르며 서 있는 그분들이 더욱 처량하게 보였습니다. 거기에 서 있던 수십 명의 사람들은 아마도 한 가정의 가장(家長)들이었을 겁니다. 가족들의 끼니를 걱정하면서, 자녀들의 학비를 걱정하면서, 집세와 연료비를 걱정하면서 그곳에 서 있었을 것입니다. 오늘도 내 앞쪽에서 줄이 끊기지 않기를 간절히 고대하면서 말입니다.

 

조금 자세히 오늘 복음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이른 아침에는 물론, 아홉 시쯤에도, 오후 세 시, 다섯 시쯤에도 사람들이 포도밭에서 일하기를 원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일할 기회를 찾고 있었습니다. '일하고 싶어도 아무도 기회를 주지 않는구나'하는 절망감으로 말입니다. 일할 기회가 있어도 조금이라도 편하고, 보기 좋은 일자리를 찾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하고는 좀 다른 모습입니다.

 

어쨌든 오늘의 핵심은, 포도밭 주인으로 비유된 우리 하느님은, 배고픔을 걱정하는 당신의 피조물에게 한없는 연민의 정을 가지신 분이라는 점입니다. 하느님은 당신이 창조한 세상에 대해 책임을 지시는 분입니다. 특히 그분은, 조금 배고픈 인간이든 많이 배고픈 인간이든, 차등(差等)을 두어 은총을 베푸시는 분이 아닙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덜 아픈 손가락 없다 하듯이, 정도에 무관하게, 당신의 피조물이 아파하는 그 자체를 아프게 받아들이시는 분입니다.

 

교우 여러분, 그런데 그렇게 자비로우신 하느님 앞에, 참 옹졸한 인간의 모습을 오늘 우리는 봅니다. 아침 일찍부터 와서 일했지만 똑같은 보수를 받은 그 사람들 말입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아 누리는 하느님의 은총에 만족하면 되는데, 굳이 다른 사람들이 받는 은총에 관심을 가지고 질투를 해댑니다. 당연히 똑같이 받는 은총인데, 자기들이 더 고생했고, 더 잘 했다고 내세우면서 상대적인 빈곤에 짜증을 냅니다.

 

우리는 우리가 받은 은총을 과분하게 생각하면서, 우리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나눌 생각을 해야 합니다. 더 커 보이는 남의 떡에 욕심내고 질투하면서, 하느님이 주시는 자기 몫의 은총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의 인생은 그리 순탄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좋은 날이 올 것 같지 않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처럼, 못나고 아프고 불운한 우리를 더 사랑하시고 돌보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마음에 희망을 둡시다. 알뜰한 하느님의 은총에 만족하고 감사하면서, 작은 마음이라도 나보다 불행한 처지의 사람들과 나누는 일에 봉사하면서, 은총을 전하는 하느님의 도구로서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립시다.

 

 

"내 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

아니면,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마태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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