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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나해 연중 제10주일(06.09)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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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4-06-09 16:25 조회628회

본문

* 연중 제 10주일 나해

 

 

"나의 확장(擴張)"

 

우리는 신문 지상에 아무리 불행한 사건이 보도되어도 잠깐이면 잊어버립니다. 그러나 자기 가족은 조금만 아파도 많이 걱정됩니다. 혈육의 정이 중요하다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이 매정하게 혈육의 정을 끊는 사람처럼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십자가상에서 마지막 순간에 어머니를 걱정하셔서, 제자에게 당부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면, 그분은 참으로 효자이셨습니다. 비록 인간적인 정을 나누며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지는 못하셨지만, 인류구원이라는 막대한 사명을 완수하심으로써 어머니께 더 할 수 없는 영광을 드렸습니다.

 

오늘 예수님이 그렇게 매정하게 행동하신 것은, 가족 안의 사사로운 정을 무시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일을 실천하는 것이 더 우선이라는 것을 강조하시기 위해서입니다. 하느님의 일은, 자기 가족이나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만을 위해서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싫어하는 사람,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포함한 모두를 위해서 실천해야 합니다.

 

가족이 아프면 나도 아프고 걱정이 많이 되는 이유는, 가족들과 함께 지낸 시간과 추억이 있고, 거의 비슷한 DNA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침팬지와 인간의 DNA98% 이상 비슷하다 합니다. 사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같은 시간 속에, 같은 체험 속에, 같은 생각과 같은 반응을 하며 살아가는 하나의 생명 공동체입니다.

 

동식물을 포함하여 우리가 공동 생명체라는 생각은 참 중요합니다. 이 생각은 인간이 하느님의 피조물로서 하느님의 창조사업을 도와야 한다는 아주 중요한 인식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을 버리고 우리로, 우리를 넘어서 같은 피조물이라는 인식을 갖기 위해, 우리는 자기를 넓히는 작업을 계속해야 합니다. 그것은 모든 생명체에 대해 연대의식과 연민의식을 갖는 일입니다.

 

그런데 자기를 넓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자기를 없애는 것입니다. 자기를 없애면 우리는 커집니다. 모든 경계가 허물어집니다. 모두 하나가 됩니다. 모두 사랑이 됩니다.

 

교우 여러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라 하셨는데, 우리는 그 하느님 뜻을 잘 실행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입니다.

 

예수님 당시 지도자 계층의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이, 율법을 자기들 편의대로 만들고 해석하면서, 하느님의 이름으로 백성들을 관리하고 조종했듯이, 요즘도 엉터리 종교 지도자는, 항상 주 하느님의 이름으로 기도한다고 하면서, 자기가 싫은 사람을 저주하고 단죄합니다. 세상을 둘로 나누고, 미움을 심어주고, 공포심에 시달리게 하고, 축복을 미끼처럼 내세웁니다. 하느님의 뜻과 예수님의 가르침에서 거리가 멉니다.

 

예수님이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당신의 혈육이라 하셨는데, 바로 그 하느님의 뜻을 그대로 실행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릅니다.

 

우리는 항상 하느님의 말씀을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재해석 내지는 수정하여 실행하기 때문에, 하느님이 원하시는 열매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열매를 맺곤 합니다.

 

하느님의 뜻을 그대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기본으로 내 욕심과 지식과 자존심을 포기하는 겸손이 있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구별없이 모든 사람에게, 나아가 모든 피조물에게 하느님의 뜻을 그대로 실행하여, 우리 모두 예수님의 진정한 혈육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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