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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가해 연중 제16주일(07.19)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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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0-07-19 17:31 조회17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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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 제16주일(농민 주일) 가해

 

 

기다려주는 마음

 

하느님은 햇빛과 비를 차별 없이 모두에게 내리시는 자비로운 분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 밭에 씨를 뿌리고 추수를 기다리는 농부이십니다. 우리는 하느님 밭에 자라는 밀일 수도 있고 가라지일 수도 있습니다. 가라지는 밀과 비슷하게 생겼고 똑같은 햇빛과 비를 먹지만 쓸모없는 열매를 맺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느님 밭에 가라지가 생겨도 안타까워하며 조급하게 뽑아버리지 않고 추수 때까지 기다려주는 분이십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소위, 악인들과 함께 살아가게 되어있습니다. 우리는 악인들의 악행을 무척 참기 힘들어합니다. 그들이 없어지면 세상이 얼마나 평화롭고 행복해질까 하는 생각도 간절합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의 가르침은, 악인들을 응징하는 것은 하느님의 몫이지 인간의 몫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악인을 치다가 선한 사람이 다칠까 조심하는 분이며, 악인들의 회개도 끝까지 기다려주는 분입니다. 게다가 우리도 어쩌면 선하다고 착각하는 악인일 수도 있기 때문에 경거망동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를 악물고 악인들의 멸망을 기원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선한 사람들이 기를 더 펴도록 만드는 데 힘쓰고, 회개를 위해 자신을 잘 들여다보아야 할 것입니다. 세상에 선한 사람들과 선한 일이 많아지면 악인들은 스스로 없어질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 오늘은 농민 주일입니다. 많은 나라가 이전에는 농업국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나라가 서비스업을 주()로 하는 나라들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서비스업이 흥하는 것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비스업은 대체로, 노력한 것 이상의 소득을 바라고, 쾌락주의의 삶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요즘은 심지어 대박 나세요!’라는 말이 축복의 말이 되었습니다. 이런 풍조 속에 우리 인생의 진실은 왜곡되기 쉽습니다.

 

반면에 농사짓는 일은 기다림과 인내, 정직과 소박함을 우리에게 가르쳐줍니다. 밭에 흙을 갈고 씨를 뿌리고, 때로는 뙤약볕에, 때로는 진흙탕 속에 밭을 돌보는 농부의 마음 안에 인생의 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도 환난과 괴로움, 굶주림과 가난, 슬픔과 좌절 등이 없어진 나라가 아니라, 그 모든 것을 수용하고 극복하는 나라입니다. 또한, 하느님 나라는 쾌락이 실현된 나라가 아니라 고통이 소화된 나라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우리는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인간입니다. 흙에서 배울 것이 참 많습니다. 이 땅을 모두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덮어 버리고 아파트 속에 갇혀 살다 갈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특히 농민적인 삶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갑자기 흙냄새 그윽한 시골 둑방 길을 맨발로 걷고 싶습니다. 둑방 따라 녹색 물결치는 드넓은 논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망막에 초록 물이 들도록 한없이 바라보고 싶습니다.

 

 

   "아니다. 너희가 가라지들을 거두어 내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지도 모른다.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마태13,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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