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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성탄 대축일(12.25)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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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0-12-26 11:22 조회5,2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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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탄 대축일 나해

 

 

창조주 만나기

 

세상이 어수선하고, 인생은 삶의 무게로 등이 휠 것 같이 힘들고, 우리 시대가 어디로 가는지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내가 왜 태어났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죽어야 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고, 그래도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살 수밖에 없는 지친 우리에게 정말 꼭 만나고 싶은 분이 계십니다. 그분은 바로 우리를 만든 분이십니다. 그분을 만나면 그분 품에 안겨 한없이 울고 싶은 우리의 인생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그런 우리 사정을 아시고 우리를 찾아오시는 분이십니다. 기쁨과 평화보다는 괴로움과 외로움이 대부분인 우리의 인생 중에 하느님 그분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게다가 그분이 어린 아기가 되어 오신다는 것은 또 얼마나 경이로운 일입니까? 매스컴은 매년 이맘때 일 년간의 10대 뉴스를 발표합니다. 그런데 만약 인류역사상 가장 큰 10대 뉴스를 꼽으라면 그중 첫째는 분명 아기 예수의 탄생일 것입니다. 이 사건은 무한과 유한,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 자비(慈悲)와 고해(苦海)의 만남이고, 하늘과 땅의 스파크(spark) 속에 신()이 사람이 되신 사건입니다. 그러므로 극기와 가난을 살았던 거지 성인 프란치스코도 성탄절만큼은 담벼락도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그 기쁨을 표현했었습니다.

 

촛불을 하나 조심스레 켜면서 대림절을 시작했지만, 그 촛불은 바람에 불 번지듯 벌써 네 개가 다 켜졌고, 오시는 예수님을 준비 없이 당황스럽게 맞이합니다. 그분은 우리의 준비와는 무관하게 기어이 오시고야 말았습니다. 성탄은 선물입니다. 성탄이 선물처럼 오지만 성탄의 기쁨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쁨이란 것은 기대가 충족될 때 얻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올바른 기대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성탄은 화려한 네온사인과 시끄러운 캐럴 속에 허무하게 지나가는 명절에 불과한 것이고, 올바른 기대를 한 사람들에게 성탄은 진정한 기쁨이 주어지는 인생 최대의 선물입니다.

 

교우 여러분, 여러분은 이 성탄에 무엇을 기대하셨습니까? 재산과 권력과 성공을 기대하셨습니까? 그러면 기쁨은 없습니다. 저 냄새나는 말구유 속의 아기 예수가 무슨 재산과 권력이 있겠습니까? 시골 목수 아들이 성공을 하면 얼마나 하겠습니까? 혹시 사회개혁과 혁명을 꿈꾸셨습니까? 그것도 힘든 얘기입니다. 천진스럽게 웃는 아기의 얼굴은 한없이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얼굴입니다. 아니면 경쟁에서 이기기를 원하셨습니까? 그것도 아닙니다. 아기 예수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주먹 쥔 우리 손을 펴라고 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통해서 가난이 주는 행복과, 용서로 얻는 평화와, 무저항이 발휘하는 힘을 기대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아기 예수님의 탄생은 한마디로 순수함의 탄생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이 성탄에 우리도 순수함으로 다시 탄생하길 바라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 새로운 탄생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예수님은 우리 마음의 구유 안에 탄생하셔서 순수한 우리 삶에 동행이 되어 주실 것입니다.

 

  성탄의 기쁨은 순수함으로 회귀한 사람들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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