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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나해 연중 제4주일(01.31) 신성길 니콜라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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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1-01-31 16:42 조회4,6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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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4주일

 

여러분이 보시기에는 제가 되게 건강하게 보이시겠지만, 사실 저에게는 지병이 하나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앓아온 병인데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때때로 증세가 심하게 나타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저도 참기가 어려워서 좀 창피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합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이 병이 완치가 안되는 불치병이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병명이 궁금하시죠? 왕자병. 재미 있으셨나요? 여러분 중에도 왕자병과 공주병을 앓고 계신 분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처럼 나이가 들수록 증세가 심해질 수 있으니 늘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마르코 복음은 예수님의 권위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듣고 율법 학자들과는 다른 권위가 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새롭고 권위 있는 가르침이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들은 이들은 내심 놀라면서도 신선하게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 들였습니다.

 

물론 우리 편에서 보면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시니까 당연히 말씀에 권위가 있지라고 쉽게 단정지어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당연한 단정을 짓기 전에 우리는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과연 예수님은 어떻게 사람들을 가르치셨길래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보일까? 사람들은 예수님의 무엇을 보고 권위가 있다고 하는가? 진짜 예수님의 권위는 어디서 나오는가?’

 

저는 그 대답으로 예수님의 진심, 겸손, 희생에서 예수님의 권위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진심어린 보살핌, 겸손된 자세, 자신을 내어놓는 희생에서 예수님 권위를 느꼈다고 봅니다. 예수님의 진지하고 성실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켰고 그들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진실한 하느님의 가르침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예수님의 진심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시며 병자를 치유해 주시고, 고아와 과부들을 보살펴 주신 그분의 행동을 통해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복음서 곳곳에서 이런 장면들을 봅니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 나병으로 고생하는 이, 마귀에 들린 아이, 배고파 굶주리는 이들에게 예수님의 진심은 전해졌습니다. 예수님의 위대한 치유의 기적도 기적이지만 어찌보면 사람들은 그 치유의 과정 안에서 그분의 자애로운 사랑과 눈물어린 연민이 담긴 진심을 느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말보다 앞서는 예수님의 손과 발에 담긴 진심에 사람들은 예수님의 권위를 느끼기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로 예수님의 겸손은 사람들과 더 가까이 함께하려는 그분의 다가섬에서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는 예수님의 겸손은 그대로 실현 되었습니다. 제자들을 친구로 삼으시고, 세리와 창녀들과 어울리시며,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면 모두 내 형제, 자매라는 그분의 가르침은 겸손이 몸에 밴 예수님의 태도와 자세를 잘 보여줍니다. 예수님과 함께 했던 사람들은 그분이 옆에 계시는 것 만으로도 그분의 겸손에서 나오는 권위를 진하게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번째로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은 그 분의 참된 모습을 보여주는 최고의 솔선수범이었습니다. “벗을 위하여 자신을 바치는 것 보다 더 큰 희생은 없다. 목자는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평소에 말씀하신 그대로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예수님의 희생을 본 사람들은 예수님의 권위를 누구도 의심할 수 없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의 권위는 자신의 희생을 통해 타인을 구원하는 그 거룩한 희생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런 예수님의 진심, 겸손, 희생을 느꼈기에 사람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고, 예수님을 믿고 따르면 자신들이 어려운 처지에서 해방되리라고 믿었으며, 마침내는 그분이 그리스도 구원자,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예수님의 권위는 사람들에게 드러났습니다.

 

우리 평범한 인간들은 내가 왕자다, 공주다, 의사다, 교수다, 사장이다, 법관이다 한다고 권위가 드러나는 줄 압니다. 내가 높은 자리에 있고, 많이 배웠고, 돈이 많다고 하면 남들이 나를 높은 사람으로 인정해 주는 줄 압니다. 우리는 고위 공직자들이 하나같이 위법을 저지르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을 하찮게 여기고, 돈 많은 사람들이 돈 없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갑질을 신물나도록 역겹게 자주 보아 왔습니다. 내가 높은 자리에 있다고, 많이 배웠다고, 돈이 많다고 해서 권위가 자동으로 서는 것이 아닙니다. 권위는 행동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오늘 예수님의 권위가 어디서 나오는지를 보았습니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참된 삶의 길에 초대받은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더 인간답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길에서 예수님의 진심, 겸손, 희생을 배우고 실천하며 살아간다면 우리가 가톨릭 신자로서 살아가는 의미가 더 잘 드러날 것이고, 우리의 진심도 사람들에게 더 잘 전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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