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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나해 부활 제2주일(04.11)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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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1-04-11 16:20 조회4,73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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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활 제 2주일 나해

 

 

조용한 승리

 

우리가 잘 아는 춘향전은 마지막 부분이 참 통쾌합니다. 거지인 줄 알았던 이도령이 요란하게 암행어사 출두하여, 그동안 춘향이를 괴롭혔던 나쁜 사람 모두를 끝장내 버립니다. 그러나 우리 예수님은 소박하고 조용하게 부활하셨습니다. 제자들이 숨어있던 다락방에 나타나셔서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말씀하실 뿐. 빌라도, 헤로데, 안나스, 가야파 등을 모두 잡아다가 당신 앞에 무릎 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단지 조용히 숨을 내쉬시며 용서와 평화를 말씀하셨습니다. 이로써 예수님은 로마와 이스라엘 권력자들이 구가하던 힘의 질서사랑의 질서로 바꾸기 시작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고, 인간의 마음을 끝까지 선()으로 이끄는 힘의 원천이 되었지만, 그 부활의 모습은 조용한 승리였고, 고요한 혁명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어떻게 바로 잡아야 할지 막막한 이 시대를 사는 우리도,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의 칼이 모든 것을 평정해주길 바랄 것이 아니라, 부활의 증인들로서 평화가 당신과 함께. 당신을 용서합니다.’라고 조용히 말하며 세상을 변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복음 후반부에는 토마스 사도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신비가 육화되신 예수님, 말씀이 사람이 되신 예수님에 대한 이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예수님 부활 전에도 사람들은 그는 누구일까?” 하고 자주 의문을 가졌었고, 부활하신 후에는 더욱 그러했을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 중국의 어떤 왕이 스승으로 모실 도인(道人)을 찾던 중, 어떤 소문을 듣고 한 도인에게 사신을 보냈습니다. 그 도인은 산속 토굴에 살고 있었는데, 그를 찾아간 왕의 사신이 정중히 선물을 내밀면서 궁궐로 초대한다는 왕의 뜻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그 도인은 쳐다보지도 않고 일 없네.” 한마디 하고는 자기가 하던 일을 계속했습니다. 남루한 옷의 그 도인은 그때 감자를 구워 먹느라고 온통 숯검뎅이 칠에, 콧물, 코딱지, 수염이 뒤범벅이 된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보기 좋게 거절당해 기분이 나빠진 그 사신은 그곳을 떠나면서 염감탱이, 콧물이나 닦으슈.” 하고 한마디 했습니다. 그러자 그 도인이 말했습니다. “생사(生死)가 달린 일들이 산재해 있는데 네깐 놈 때문에 콧물 닦을 시간이 어디 있겠냐?”

 

예수님 체험을 위해서라면 우리 신앙인도 앞의 도인처럼 힘들고도 정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또한, 우리 인생도 체험 없는 빈 껍데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지식知識(이성理性)에서 체험(體驗)으로-from knowledge(reason) to experience-’의 과정이 없이는 모든 것이 허구의 연극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예수님을 참으로 알려면 신학박사 학위 열 개를 딸 것이 아니라, 예수님 옆구리에 손을 넣어보고 싶어한 토마스 사도의 그 열정을 닮아야 합니다. 하여 더욱 열렬한 마음으로 예수님을 체험하고, 사랑의 부활을 증거하고, 고요한 혁명을 살아가는 그런 신앙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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