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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나해 연중 제15주일(07.11)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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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1-07-11 16:18 조회3,56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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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 제 15주일 나해

 

 

파견되기

 

처음에 제자들을 부르실 때, “나를 따르라.” 하시던 예수님이 오늘은 나를 떠나라.” 하십니다. 우리가 하느님 부르심을 받아 신앙인이 되었지만, 신앙인이 된 최종 목적은 바로 파견입니다. 그래서 우리 신앙생활의 핵심인 성체성사의 이름도 파견이라는 뜻을 가진 미사(Missa)’라고 부릅니다.

 

파견이란, 선교사가 되어 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머나먼 땅으로 떠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꼭 그리 거창한 것만은 아닙니다. 파견은 성당에서 예수님 성체를 모신 후 각자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쩌면 매일, 가정으로 직장으로 파견되는 것입니다.

 

파견되어서 우리가 할 일은 그곳에 평화를 만드는 일입니다. 예수님의 파견 목적인 평화 만들기를 잘 하기 위해서 먼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를 비우는 일입니다. 이 비우는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주위에 평화를 만들기는커녕 상처를 주고, 상처를 입는 일만 만들 것입니다. 이 비우는 작업은 두 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나는 마음을 비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진 것을 비우는 것입니다.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과 3년을 동고동락하였고,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심을 알아 뵈었고, 예수님을 사랑했고, 그분의 사랑도 받았으나 배반이라는 실패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것은 그가 마음을 완전히 비우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에게는 으뜸 제자라는 자만심이 있었고, 칼을 휘둘러 복수할 만큼 자존심이 남아있었습니다. 인내심과 용서가 필요한 중요한 순간에 그는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결국, 뼈저린 통회를 거치고, 부활한 예수님께 새로운 각오를 고백하고 나서야 겸손한 제자로 거듭나게 됩니다. 이처럼 예수님 제자로서 파견되기 위해서는 자기 힘으로 해낼 수 있다는 자만심을 버려야 하고, 그것만은 참을 수 없다는 자존심마저 버리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자기 마음을 비우고 나서 그 자리에 온유하고 겸손하신 예수님 마음을 채워야 합니다.

 

또 하나의 비우는 작업은 물질적인 차원의 것입니다. 가난하면 대학도 가기 힘들고, 없는 사람은 존경받을 수도 없는 이 현대 사회에서 물질적인 것을 비우라는 예수님의 명령은 너무 가혹하게 들립니다. 그러나 재물이 있는 곳에 너희 마음이 있다는 예수님 말씀처럼 물질적인 것은 우리 마음을 빼앗아가며, 물질적인 욕심은 평화를 깨는 첫 번째 적입니다. 우리에게는 물질적인 평화보다 영적인 평화가 우선입니다. 우리가 전하는 예수님은 가난한 나그네이셨고, 구원사업도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작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 가난한 지역의 천주교 신자비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여러분은 오늘도 미사 끝에 파견되어 각자 삶의 자리로 돌아가실 것입니다. 부디 그곳에서 평화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일하십시오. 지배하려 하지 말고, 자기를 내세우려 하지 말고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예수님의 평화를 전하십시오. 재산과 학력과 외모를 이용하려는 유혹을 버리고, 사람 대() 사람으로 누구든지 만나십시오. 가진 것이 없다고, 할 말을 모르겠다고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예수님께서 세상 끝날까지 함께 해주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파견된 사람들은 파견의 결과를 보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세상으로부터의 오해와 핍박일 수도 있지만, 고난받는 주님의 종처럼 참고 견딜 때 우리는 하느님께 바치는 그리스도의 향기가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곳에 참 평화가 있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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