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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12.26) 신성길 니콜라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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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1-12-26 15:12 조회3,06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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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다해

 

 

먼저 여러분 모두에게 성탄 축하 인사를 드립니다. 성탄의 참된 의미가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어제 세례를 받고 동경한인성당의 새로운 가족이 된 여러분에게 축하와 환영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이 선택한 신앙이 여러분을 참된 기쁨과 행복으로 이끌어 주기를 또한 기도하겠습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가족의 의미를 혈연으로 이루어진 관계라고 정의합니다. 부부로 인연을 맺어 자녀를 낳고, 부모는 사랑으로 자녀를 양육하고, 형제, 자매, 친척 간에 화목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이고 상식적인 가족 관계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는 전통적인 혈연의 관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가족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우리는 가까운 이웃을 이웃사촌이라 부릅니다. 실제로 한국에 있는 혈연의 가족들보다 더 가까운 사이입니다. 그 밖에도 여러 단체나 모임이 있습니다. 동창회, 향우회, 전우회, 반상회, 조기 축구회, 상가 번영회 등등. 물론 이해관계나 친목을 위해 만나는 모임이긴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가족들보다 더 자주 만나기도 합니다.

 

우리 가톨릭 신앙 공동체도 신앙 안에서 형제, 자매, 가족이 된 사람들입니다. 실제로 타향살이 하는 우리가 경사나 흉사가 있을 때, 기쁜 일이 있거나 곤경에 처했을 때 누구보다 먼저 함께 해 주는 분들은 신앙의 형제, 자매들입니다. 같은 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로도 우리는 가족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식구라는 말도 씁니다. 같이 밥 먹는 사람들은 또다른 가족입니다. 저나 수녀님처럼 수도 생활을 하는 사람은 동료 수사님, 수녀님들을 형제, 자매라고 부릅니다. 혈족보다 더 가까이 오랜 시간 같은 공간 안에서 살아갑니다.

 

이렇게 우리는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을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가족을 맺으며 살아갑니다. 이렇게 가족의 개념은 시대에 따라 변합니다. 생물학적이고 물리적인 차원에서 가족의 개념이 바뀌기도 하지만 정신적이고 영적인 차원에서도 가족의 개념은 변합니다.

 

오늘 성가정 축일을 맞아 함께 묵상해 보고 싶은 것은 우리가 어떤 형태의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든지 간에 중요한 것은 그 형태보다 서로에 대한 순종과 이해, 사랑과 희생이라는 정신적이고 영적인 차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런 내용을 성가정 축일 복음 말씀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을 이어 주었던 것이 순종과 이해, 사랑과 희생이었음을 말해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좀 불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보통의 정상적인 가정은 아니었습니다. 마리아는 결혼 전에 임신을 했고, 요셉은 처음에 마리아를 버릴 생각이었습니다. 성장한 예수는 집을 떠나 떠돌이 생활을 했고 마침내는 반역죄로 사형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모친에게 생전에 아들의 죽음을 보게 하는 큰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성가정이 그럴진대 오늘날 우리가 속해 있는 혈연의 가족 또는 공동체의 가정 또한 여러가지 어려움들을 안고 있습니다. 혈연 가족이 겪는 결혼, 출산, 육아, 가족 관계 등의 문제에서도, 공동체의 가족이 겪는 오해와 불통, 이해관계, 인간관계, 금전 문제 등의 문제에서도 우리는 가족은 무엇이고, 가족은 어떤 원리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은 그 예를 잘 보여줍니다. 가족과 공동체는 구성원들이 어떤 원리에 따라 움직이고 관계를 맺는 지가 중요합니다. 부부간에, 부모 자식 간에 서로 사랑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공동체의 형제, 자매 간에 서로를 아끼고 보살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성가정은 우리에게 서로에 대한 순종과 이해, 사랑과 희생이 어려움 중에 있는 가정을 어떻게 성가정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좋은 모델입니다.

우리는 고국을 떠나 타향에 살며 도쿄라는 같은 땅에 2021년이라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현시대를 살면서 우리 혈연의 가족과 공동체의 가족이 회복해야 할 것은 서로에 대한 순종과 이해, 사랑과 희생 임을 다시한번 깨닫게 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성가정이 그것을 어떻게 실천 했는지를 말해 줍니다. “예수님은 부모와 함께 나자렛으로 내려가, 그들에게 순종하며 지냈다.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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