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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다해 연중 제17주일(07.24)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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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2-07-24 15:12 조회1,801회

본문

* 연중 제 17주일 다해

 

 

들어주시는 기도

  

기도하라, 기도하자, 기도해줄게.’ 말은 쉽지만, 기도라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기도해도 들어주시는 것 같지 않고, 어쩌다 들어주신 것 같지만 감사하는 마음을 금방 잊어버리게 되고, 상황은 전보다 더 나빠지기도 하고, 기도를 아무리 해도 평화가 없습니다. 과연 기도는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을까요? 오늘 복음은 기도에 대해서 좋은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다소 억지를 부리는 것 같은 오늘 복음의 그 인물은 기도의 모범을 우리에게 잘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우선 그 사람은 도움을 청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할 것을 알고 한밤중이지만 벗을 찾아갑니다. 우리는 전지전능한 하느님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느님이 달아주신 주먹만 한 심장을 달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피조물 인간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최선을 다하지만,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고,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처지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자신이 세상의 구원자라고 자처하는 사람이 있고, 인간이 신()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신경질적으로 자살하는 완벽주의자들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은 인간입니다. 완벽할 수 없습니다. 조물주 하느님 앞에 자존심 같은 것은 없습니다. 하느님 앞에 무릎 꿇고, 엎드리고, 눈물로써 우리의 서러움을 아뢰는 것이 우리 인간의 인간됨입니다.

 

다음으로, 오늘 복음의 그 사람은 정확한 목적을 가지고 청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여보게, 빵 세 개만 꾸어 주게.”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빵을 꾸어달라는 것이고, 두 개가 아니라 세 개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사는 게 죄지요, 주님 뜻대로 하세요, 그저 복만 많이 내려주세요.’ 이런 막연한 청원이 아니라 정확하고, 소박하고, 욕심 없는 청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예수님은 그 사람이 거절이나 모욕적인 처사에도 실망하지 않고 계속 청하면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우리의 기도는 얼마나 즉흥적입니까? 우리의 기도는 과연 꾸준합니까? 간절히 하느님께 청하다가도 어느 날 실망하고 분노하며 냉랭하게 돌아선 적은 없었습니까? 기도는 매순간, 매일, 죽는 순간까지 호흡처럼 해야하는 것입니다. 꾸준히 기도하는 가운데 우리는 겸손해지고, 하느님의 은총을 받을 만한 그릇이 되어 갑니다.

 

마지막으로, 그 사람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가장 중요한 기도의 요소는 남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는 한밤중에 자기 배가 고파 밤참을 먹으려고 그런 것이 아닙니다. 길 가던 친구가 배가 고파서 그 친구를 위해 그렇게 한 것입니다.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한 기도를 하느님께서는 기꺼이 들어주십니다.

 

우리는 곧잘 분노합니다. 그러나 그 분노는 누구를 위한 분노입니까? 우리가 흘리는 눈물은 누구를 위한 눈물입니까? 우리의 인고(忍苦)의 세월과 마지막 죽음까지, 그 모든 것은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우리는 우리가 행하는 삶의 모든 노력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잘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나를 위한 것인지? 남을 위한 것인지? 하느님을 위한 것인지... 누구를 위한 것이 제일 많습니까?

 

예수님은 당신을 우리의 친구라 칭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무례하더라도, 자신을 챙기는 일이 아니라 남을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라면 한밤중이라도 도와주시는 친구이십니다. ‘순수한 동기선한 의지는 하느님께서 축복해주십니다. 그러므로 남을 돕는 착한 일이라면 용기를 내서 실천하십시오.

 

그러나 교우 여러분, 명심할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하느님은 좋은 일로써 우리 원을 채워주시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나쁘게만 생각되는 일로써도 우리 원을 채워주신다는 것입니다. 특히 슬프고 괴로운 일을 통해서 그분은 은총을 베푸십니다. 성공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서 우리 교만을 겸손으로, 기쁨이 아니라 슬픔을 통해서 우리의 미성숙함을 성숙함으로 바꾸어 주십니다. 건강이 아니라 병듦으로써 남들의 고통을 헤아리는 깊은 마음을 갖게도 해주십니다. 또한, 그분은 우리가 함께 오래 삶으로써가 아니라 죽음이라는 이별로써 새로운 만남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해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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